문장대를 오르다
가까운 속리산 근방에서 근무한지도 몇년째 되가지만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속리산을 제대로 한 번 올라보지 못했다. 마음 먹고 지난 일요일 문장대를 목표로 집을 나섰다. 준비가 덜된 탓에 집앞의 김밥집에서 김밥 몇덩이를 사고, 냉장고에 있던 과일과 커피병에 뜨거운 물을 한 병 담아서 집사람과 무작정 출발했다. 미원을 지나고 청천을 지나고 화양동을 지나고 자연학습원을 지났다. 먼 느낌이 들었다. 송면을 지나 십여 킬로미터를 더가니까, 경상북도 상주 땅이 나오고 바로 입석분교를 만났다. 문장대 입구에서 이미 산행을 온 승용차들이 길가에 즐비하게 서 있었다. 길가의 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동네를 지나 산을 오르는데 문장대까지 이정표는 약 3. 8킬로미터란다. 산이 가파르고 오르는 길이 계단이나 돌길이기에 조심조심하는데, 초등학교 다니는 동행자들은 힘든줄도 모르고 위험한 줄도 모르고 펄쩍펄쩍 뛰면서 오르내린다. 물론 그 애기 엄마는 부츠를 신는 등 산행준비를 제대로 안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.
말그대로 정상은 누에가 뽕잎에 매달린 듯 인파로 가득했으나 멀리서 가까이서 눈 아래로 보이는 겹겹의 산들이 장관이다. 발 밑에 헬기장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고, 사방의 산자락이 곱게 물든 단풍잎으로 장관을 뽑낸다. 사진을 몇 컷 찍고 넓적한 바위에서 준비해가 김밥도 먹고 과일도 먹는데, 이렇게 부부가 한 자리르 한 것이 몇년만인지 기억도 안날정도로 오래되어 마음 속으로 미안한 생각이 앞섰다.
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힘이 덜들었다. 이것 저것 올라갈 때 못 본 것들을 구경하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다 내려온 동네 어귀의 밭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. 집사람은 주인이 배추를 뽑아간 배추밭에서 뒷끝으로 남은 배추잎들을 챙기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, 과일 깍아먹던 칼을 들고 바로 배추 수확에 들어간다.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좋은 것은 아니더라도 꽤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. 올 김장은 장마와 태풍 등으로 배추파동이와서 배추도 귀하고 값도 비싸서 음식점에서도 귀한 탓에 이렇게 하겠다는 집사람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. 포기 배추가 아니라 모기는 모양새가 우습더라도 몇 통을 만들어 김치냉장고에 넣으니 겨울 준비를 다 한 것 처럼 여유ㄹ롭다. 이렇게 문장대 등반과 함께 가을이 가고 있다.